사라져버린 마을터에서
엊그제 산골에 터가 있어서 보러갔습니다. 내장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북, 동, 남이 높은 산으로 막혀있고 (해발 500미터이상) 그 안쪽에 아담한터가 있었습니다. 해발높이 377미터(구글로 확인함)정도 되더라구요.
늙은 감나무를 보니 오래전에 마을 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을이 사라진지 몇 십년은 된 것 같더라구요 . 마을이 사라져버린 터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고려자기, 조선백자, 기와 등등. 옛날 유물들을 우리는 소중하게 생각합니다만 자연에서 보면 인간이 만들어낸 치유 불가능한 불치병인 것입니다. 그 물건들을 만들고 사용했던 인간들은 자연으로 돌아갔는데 그들이 사용했던 물건들은 본래 모습인 흙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아직도 지구상에 흔적으로 남아있습니다.
사라져 버린 집터에서 사람의 흔적은 찾지 못했습니다. 그 흔한 사금파리(옹기파편)나 기와조각도 보지 못했습니다. 흙을 파 뒤집다보면 사금파리정도는 보이겠지만 기와조각은 없을 것 같습니다. 첩첩산중에 기와집이 있었을 리가 없을테니까요. 몇 십년을 추정하는 것은 그 흔한 스레이트 조각, 전봇대하나 없었다는 것입니다.(농촌의 스레이트 지붕, 전기가설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음) 사람이 살면서 집을 짓고 도구를 만들고 했던 것들이 거의 완전하게 자연으로 돌아간 자리였습니다. 물론 그들도 자연으로 돌아갔겠지요. 뼈 한조각 머리카락 한 올도 남기지 않고 말입니다.
시절이 좋아 좋은 자재로 경관 수려한 곳에 전원주택이라고 하는 그림 같이 예쁜 집 들을 지어살고 있고 또 그런 계획을 하시고 있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한번쯤 생각해보십시오. 우리가 자연으로 돌아가 백골이 진토 되는날 우리가 사용했던 문명의 흔적들도 같이 지울 수 있는가.
저는 그런 집을 짓고 싶습니다. 내가 사용했던 것들이 용도가 끝나는 날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그런 집과 도구들을 꿈꾸고 있습니다. 사라져버린 마을 터에 다시 집을 지을 생각입니다.
전기가 없으니까 냉장고, TV, 수도, 전화 신문도 없는 산골에 움막 하나 지어 살다가 내가 떠난 뒤 내 앞사람들이 떠난 자리처럼 그런 모습으로 돌려주기를 소망합니다.
출처 :
전원주택에 불을 지피자~ | 글쓴이 : 야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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