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이런저런 이야기들

자재시장 공급과잉… 질적 성장의 걸림돌

세칸 2007. 12. 3. 10:23

자재시장 공급과잉…

질적 성장의 걸림돌

목조건축은 최근 목재산업에 있어 새로운 부흥기를 맞이할 수 있는 기대산업이다. 혹자는 “목조건축이 늘어감에 따라 우리의 생활패턴도 자연스레 변화할 것이며, 산업에서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생활 속에서 목재의 사용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목조건축산업의 성장에 거는 기대는 목재산업 전체와 또 다른 신시장의 개척에 까지 이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는 아직 언제가 될 것이라는 기약이 없는 것이지만 목조건축과 직접 연계된 자재상들에게 목조건축산업은 확실한 희망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최근의 목조건축시장은 수요의 성장곡선보다 더 가파른 공급의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모두 파란불인 시대는 갔다

A업체 관계자는 “예전처럼 다같이 파란불인 시대는 갔다. 목조건축산업은 최근 규모가 커지긴 했지만 수요보다 공급이 더 크게 증가해 경쟁이 치열하다. 당연한 논리지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업체는 이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B업체의 관계자 역시 “자재유통업체들이 근래 들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물론 경쟁은 심화됐지만, 오히려 그들을 통해 산업의 규모가 커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그러나 그 때문에 생겨나는 출혈경쟁과 같은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격경쟁… 산업 총체적 문제

가격경쟁은 목조건축시장에서도 심각한 문제임을 드러냈다. C업체의 관계자는 “공급의 과열이 결국 가격경쟁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품질우위의 제품들이 시장에서 사라져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에 대해 B업체 관계자는 “가격경쟁을 불러일으킨 것은 자재상들만의 잘못이 아니다”고 말하며, “우선 시공자가 건축주에게 일을 받기 위해서 경쟁을 하는 것이 시공비다. 예를 들어 시공자가 일을 따내기 위해 1평(3.3㎡)당 300만 원이던 시공비를 250만 원으로 낮추면 그 부담이 어디로 갈 것인가? 인건비를 낮출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들은 자재비에서 차액을 충당시킬 것이다. 좀 더 싼 자재를 찾게 되고, 이 것이 또 다시 자재상의 가격경쟁으로 이어지고 마는 것”이라며 가격경쟁의 원인을 설명했다.

C업체 관계자는 “최종소비자는 싼 가격은 금방 잊어버리지만, 저질의 제품은 오래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당장의 가격경쟁이 불러올 목조건축산업의 위기가 걱정된다”며, “현재도 목조주택의 질적성장을 기대하는 시공업체들이 있지만 워낙 시장이 가격일변도로 가다 보니 이 부분에 항상 애로점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8월 목조주택 시공업체를 대상으로 한 본지의 설문조사에서 ‘목조건축 구조재시장의 문제점과 구조재선정시 고려사항으로 ‘품질’을 가장 많이 꼽았다.
 
 
부실 시공자… 늘어나는 미수금

시공업체들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에서 ‘목조건축 전문공사업’의 부재가 가져오는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전문공사업을 갖춘 기업형태의 시공업체들이 아닌 ‘목수팀’은 대체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해 악성미수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D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목수팀들도 돈이 많았다. 좋은 자재로 제 값 받으며 현금 장사를 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쪽도 경쟁이 심해 타이트한 시공비에서 공사를 하다 보니 외상으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은데, 자재상들이 그 미수금 때문에 겪는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A업체 관계자는 “시공사 선별이 가장 어렵다. 목구조전문공사업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시공사의 자금력 유무에 대해 판단하기 어렵다. 목수팀은 보통 휴대전화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수가 쌓여 고의적으로 숨기라도 하면 돈을 떼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그래도 자재상들은 외상거래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아 이러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변화된 제품, 아이템은 전문화

D업체의 창고에는 시멘트 포대가 쌓여있다.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자재상은 ‘One-Stop시스템’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우리 회사가 갖추고 있는 제품만 하더라도 1만여 품목이 넘는다. 주요품목 몇 가지로 운영해가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또 E업체의 관계자는 “목조주택자재만 유통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최근 대형업체들은 목재 외에도 다양한 자재를 구비해 ‘종합건축자재유통사’로 변화해 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이들 업체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광주지역의 합판유통업체들이 건자재를 유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D업체 관계자는 “품목은 다양화 되고 영업방식은 오히려 아이템 하나하나에 전문성을 더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전반적인 부분보다는 세분화해 영업하고 있다”고 밝혀 자재시장에 변화가 오고 있음을 알렸다.
 
김태영 기자 young@woodkoea.co.kr